연재소설

[The Core] 달아나는 자

[미래소설] The Core 2025. 2. 9. 23:23

 

 

 

 

 

 

 

제 2 화 『 고븐힐의 연주가 』

 

 

 

 

 

5. 달아나는 자

 

 

 

 

 

“트윈 타워 뒷편 픽업마트 갈색 잠바 진입”

“내가 가겠다”

 

 

 

 

 

황갈색 긴 머리를 빡빡하게 묶은 앳된 여인이 한 손에 은빛 권총 한 자루를 쥐고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허리까지 오는 빨간색 가죽 자켓 아래로 쫙 달라붙은 검은색 스키니진이 그녀의 날씬한 뒷태를 그대로 표출했다. 검은색 마스카라로 짙게 눈 화장을 한 날카로운 눈매로 갈색 허름한 잠바를 입은 사람의 움직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는 마트에 들어가자 마자 곧바로 냉장진열대를 향했고 그곳에서 정어리 통조림 몇개를 집어 카운터로 가져갔다. 여인은 조용히 그의 뒤로 다가가 뒤통수에 총을 겨누었다.

 

 

 

 

 

“앨버트 맥클레인”

 

 

 

 

 

점원은 여자의 총을 보자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그리곤 여자를 한번 재빠르게 훑어 보더니 이내 시선이 모자로 얼굴을 가린 남자에게로 향했다.

 

 

 

 

 

“의식이 있다면 들어. 넌 포위됐어. 나 없이 혼자 나가면 아마 총알 세례를 받게 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남자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들고 있던 통조림을 천천히 계산대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양손을 머리 뒤로 올렸다. 남자의 순종적인 태도에 여자는 멈췄던 숨을 내쉬었고 남자는 여자의 경계가 살짝 흐트러짐을 느꼈다. 순간 남자는 그대로 자리에 쭈그려 앉더니 폭발적인 힘으로 바닥을 차고 뒤로 튀어올라 여자를 그대로 받아 쳐 버렸다.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며 그들은 건물 밖으로 튀어나왔다. 반대편 건물 중턱에서 아래쪽으로 총을 겨누던 저격수는 여자와 광인이 포개어져 있는 탓에 제대로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다. 여자는 순간 정신을 잃었고 남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잽싸게 반대편 골목으로 달아나버렸다.

 

 

 

 

 

“에이프릴 포획 실패. 반대편 건물 골목 지나 시민 공원 방향으로 도주 중”

“나한테 맡겨”

 

 

 

 

 

빨간 두건을 둘러 쓴 오브라이언이 95년식 터보 모델 검은색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더니 노란 중앙선을 가로질러 시민 공원으로 거침없이 내달렸다. 광인은 빗발치는 저격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사람이 붐비는 대로변을 골라 도망치고 있었다. 가판대는 광인과 부딪혀 모조리 박살이 났고, 길을 걷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튕겨져 나갔다.

 

 

 

 

 

오브라이언이 오른쪽 손잡이를 제껴 미친듯이 속도를 높였다. 오토바이는 굉음을 내며 점점 더 빠르게 바퀴를 굴렸다. 바큇면이 아스팔트와 닿는 마찰음은 귓가에 광광거리는 바람소리 때문에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정신없이 달리던 광인 앞에 횡단보도가 나타났다. 그는 짐승처럼 우람한 허벅지 근육으로 바닥을 부수며 5미터 이상을 도약했다. 착지한 곳에 보도블럭이 잔뜩 패이고 방화수가 터져 물이 뿜어져 나왔다. 오브라이언의 오토바이는 앞을 가로막은 차들 때문에 급정지했다.

 

 

 

 

 

"전환, 비행모드"

 

 

 

 

 

오브라이언의 명령어가 끝나자 네 방향에서 지지대가 나왔다. 두 바퀴가 네 방향으로 갈라지더니 바닥을 향해 열기를 뿜어내며 제트엔진이 최고조로 가열되자, 순간 오토바이가 공중으로 홱 떠올랐다.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발음과 함께 오토바이는 차들 위로 거의 날아가다시피 했다. 오브라이언의 오토바이가 다시 광인의 뒤를 따라잡자, 광인은 다시 골목으로 들어가 건물 벽 사이를 뜀박질하며 옥상으로 향했다. 오브라이언은 급히 방향을 틀어 골목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벽을 딛고 올라가는 광인을 향해 총을 난사했지만 적중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오토바이를 치켜세워 벽에 바싹 붙였다. 오토바이가 건물 벽을 타고 빠르게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 다다른 광인은 옆 건물에 비치된 커다란 광고판을 향해 달려갔다. 오브라이언은 다시 한번 총을 난사했지만 총알이 광인을 빗겨 지나갔다. 광인과 오브라이언이 거대한 광고판에 가까워지자, 광인은 광고판과 바닥 사이의 좁은 틈으로 몸을 내던졌다. 바닥과 평형을 이룬 광인의 몸이 좁은 틈새 사이를 유유히 통과해 광고판의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제길!"

 

 

 

 

 

오브라이언은 거대한 광고판을 맞이해 급히 속도를 줄여 방향을 틀었다. 그가 광고판 왼쪽 귀퉁이를 돌아 반대편에 다다르자, 광인은 저 멀리 건물 옥상에서 마지막 뜀박질을 하며 건물 밑으로 사라져버렸다.

 

 

 

 

 

“오브라이언 포획 실패. 웨스턴 호텔 근처 빌 브릿지 방향. 근방에?”

“내가 찾았다. 접근 중”

 

 

 

 

 

반대편 건물 앞에 있던 슈프리머가 골목을 빠져나온 광인 뒤를 맹렬히 추격했다. 슈프리머는 190cm 가 넘는 큰 키에 큰 보폭으로 광인의 뒤를 쫓았지만 광인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송, 스피드 보드”

 

 

 

 

 

슈프리머는 자신의 뒤를 쫓아 다니는 작고 동그란 원형 구체 로봇에 명령을 내리자 로봇은 오른쪽 어깨 위로 이동해 바로 앞에 푸른 색 빔을 발사했다. 빔은 오른 손이 닿을 정도의 거리에 어떤 형체를 그려내기 시작했다. 로봇이 만들어낸 형체는 알록달록한 빛을 내며 점점 커지더니 잠시 후 길이 1 m 정도 되는 보드가 되었다. 슈퍼리머는 도약하여 공중에서 보드를 발 밑에 갖다 대었다. 보드는 뒷편에 달린 엔진에서 푸른 빛을 뿜어내며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갔다. 중간 중간에 사람과 간판이 앞을 가로막았지만 요염하게 옆으로 비켜 지나갔다. 광인과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 들어갔다.

 

 

 

 

 

“실행, 사격모드”

 

 

 

 

 

구체 로봇이 어깨를 지나 조금 앞으로 나오자 커다란 스포츠 안경을 쓴 슈프리머의 시야에 녹색빛깔 홀로그램이 펼쳤다. 홀로그램에서는 조준경이 광인의 뒤를 따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슈프리머, 근방에 사람이 많아요. 사격은...”

“걱정말라고”

 

 

 

 

 

초록색 조준경 두 개가 좌우로 흔들 거리더니 순간 빨갛게 변하며 두 개가 일치했다.

 

 

 

 

 

“발사!”

 

 

 

 

 

슈퍼리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구체 로봇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황금빛 가는 레이저가 발사됐다. 레이저는 광인의 어깨를 스쳐 길거리에 정차된 차 뒷 유리에 적중했다. 유리창이 박살나고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쳇’

 

 

 

 

 

광인은 재빨리 대로변을 지나 반대편 차선으로 도약했다. 광인이 정차된 자동차 위로 착지하자 천장이 아래로 푹 꺼지며 유리창이 박살났다. 슈프리머 역시 급하게 몸을 왼쪽으로 틀어 광인을 쫓았다. 그러는 찰나에 또 다시 조준경이 빨갛게 변했다.

 

 

 

 

 

“발사!!”

 

 

 

 

 

황금빛 레이저가 광인의 자리로 발사됐지만 광인은 재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레이저는 그대로 벽면에 맞아 돌가루를 사방에 퍼뜨렸다. 광인은 계속해서 달렸다. 슈프리머는 좀 더 가까이서 사격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보드의 속도를 높였다. 보드는 점점 더 광인을 향해 빠르게 접근해 갔다. 광인의 허벅지가 쉴새없이 움직였다. 조준경이 다시 빨갛게 변했다.

 

 

 

 

 

“발사!!!”

 

 

 

 

 

황금빛 레이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광인의 뒤를 향해 발사됐다. 그러나 또다시 레이저는 광인의 머리를 스쳐 앞에 있는 커다란 철제 구조체을 박살냈다. 철제 구조체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는 영문도 모른체 구조체가 기울어지자 10m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가 어떤 표정도 짓지 못하고 낙하하는 찰나, 슈프리머가 재빠르게 인부를 낚아채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광인은 계속 속도를 높여 골목으로 도망쳤다.

 

 

 

 

 

“포획 실패. 슈피리머 괜찮아요?”

 

 

 

 

 

슈프리머는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 앉아 분통한 듯 손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엘베스 강변으로 이동 중. 근방에?”

“내가 간다”

 

 

 

 

 

빨간색 가죽자켓을 펄럭이며 검은바지가 유리 파편에 군데 군데 찢긴 에이프릴이 남색 경주용 오토바이를 타고 광인의 뒤를 쫓았다. 그녀의 얼굴은 유리파편에 베여 잔 상처가 났지만 그녀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광인을 어이없이 놓쳤다는 생각에 화가 잔뜩 나있었다. 에이프릴의 오토바이가 골목을 따라 광인을 추격하자 광인은 벽을 타고 올라가기 위해 2층에서 끊어진 계단을 향해 도약했다.

 

 

 

 

 

멀리서 에이프릴이 광인이 도착할 지점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광인은 총알이 날아와 사방팔방으로 튕기며 스파크를 내는 바람에 2층 계단을 놓치고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 쳤다. 몇 번 바닥을 뒹굴던 광인은 다시 재빠르게 일어나 골목을 빠져나간 뒤 멀리 보이는 공원을 향해 그대로 달려갔다. 공원을 둘러 싼 식물펜스를 무참히 뚫고 강가로 향한 광인은 강변에 있는 갈대밭으로 파고 들었다. 에이프릴의 오토바이도 광인이 지나간 길을 따라 갈대밭을 뚫고 맹렬히 추격했다.

 

 

 

 

 

에이프릴은 광인을 향해 총을 쏘아댔지만 광인의 속도가 멈추지 않았다. 갈대밭이 끝나는 곳에 땅이 끝나 있었고, 그 앞엔 큰 다리가 반대편 지역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는 광인이 더이상 도망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속도를 조금씩 줄여나갔다. 이제 곧 궁지에 몰린 광인은 몸을 돌려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 예측이 되자, 머릿 속에서 광인과 어떻게 싸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광인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그는 육지가 끝나는 지점에서 또 한번 길게 도약하더니, 벽을 딛고 그대로 다리 아래로 몸을 던졌다. 가까스로 다리 밑 철제 받침대에 손이 닿은 광인은 몸을 두어번 앞뒤로 흔들더니 그대로 몸을 날려 다리 옆면 틈으로 손을 짚고 그대로 벽면을 따라 기어 올라갔다. 에이프릴은 오토바이에서 내려 벽면을 기어오르는 광인을 향해 총을 쏘았지만 광인은 다리 난관을 넘어가 그대로 건너편으로 달아나버렸다.

 

 

 

 

 

“에이프릴, 포획 실패. 빌 브릿지 건너 타몬 지역으로 이동 중”

 

 

 

 

 

에이프릴은 지친 듯 숨을 몰아쉬며 허탈한 듯 멀어져 가는 광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

 

 

 

 

 

 

광인은 다리를 건너 어두운 골목 사이로 달려갔다. 헌터들의 감시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던 지 속도를 늦추며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가로지른 통로에서 검은색 무언가가 재빠르게 튀어나와 광인의 옆구리를 그대로 쳤다. 광인은 충격에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고통도 잠시 반격을 가하려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광인의 이마에 은빛 긴 총이 겨누어져 있었다.

 

 

 

 

 

총열에는 ‘SKIMA’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광인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긴 코트를 입은 사내를 쳐다보았다. 사내의 얼굴에선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곧 죽음이 닥쳐올 것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혀 광인은 사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광인의 눈에는 분노가 서려있었다. 사내는 한 동안 말없이 광인을 쳐다보더니 이마에 겨눈 총구를 아래로 내려놓았다. 그리곤 말없이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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